빈틈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자랑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휴가 때도 컴퓨터를 가져가 일을 했고, 자전거가 그렇듯 달려가는 일을 멈추면 쓰러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분주하게 보였는지 전화를 걸어온 분들이 으레 하는 첫 인사는 “요즘도 바쁘시죠”였습니다.
얼마전 라이오넬 리치의 공연에서 감미로운 노래 하나를 들었습니다. ‘Easy’라는 곡이었는데 부제가 ‘Like Sunday Morning’ 입니다. 편안한 상태를 미국인들이 ‘일요일 아침’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이 마음에 확 와 닿았습니다. 그동안 모른 척 외면해 온 ‘여유’라는 녀석이 ‘조금 쉬어 가도 괜찮아’하며 토닥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는 같은 제목을 지닌 머룬 5(Maroon 5)의 ‘Sunday Morning’입니다. 노래는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사랑하는 남녀가 살을 맞대고 침대 위에 누워 게으름을 부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구름은 우리를 감싸고(shrouding), 당신은 내 품에 꼭 들어와 있는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맞닿은 살은 물론 뼛속까지 쉬며 되도록 천천히 서로에게 안식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Come and rest your bones with me, driving slow on Sunday morning).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손가락으로 사랑하는 이의 모든 윤곽을 느끼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Fingers trace your every outline, paint a picture with my hands).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고, 세상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돌아갑니다. (But things just get so crazy, living life gets hard to do). 일에 매몰된 사람들은 근심이나 잡념이 찾아올 경우 곧바로 일 속으로 더욱 깊이 숨어버린다고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며 기다리는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쉴 시간이 주어져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합니다. 정신없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겠다며 애를 씁니다.
그런 인생들에게 ‘쉼’으로 찾아온 ‘일요일 아침’은 그래서 축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불 속에서 가능한 오래 세상이 앗아갈 수 없는 여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신 뿐이고 어둠 속에서도 오직 그녀만이 보입니다(That may be all I need. In darkness, she is all I see). 순간에 머물고 찰나에 영원을 담고 싶은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일요일 아침’같은 존재가 되려고 합니다. 사실 나보다 먼저 여유의 법칙을 깨달은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이런 마음도 먹게 되었습니다. 자전거도 쉬었다 탈 수 있듯 일에는 시작과 마침, 그리고 쉼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여유를 장착하니 앞만 보고 달리던 운전과 삶도 속도가 느려집니다(Driving slow on Sunday morning). 급하게 내달리느라 못 보고 지나쳤던 동네 풍경이 하나 둘 씩 눈에 들어올 때마다 가슴 저 밑에서부터 울컥 뜨거운 것이 차오릅니다.
그럴 때면 투박하고 메마르게 살아왔던 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에 꽂힌 꽃(I am a flower in your hair)처럼 가볍고 아름다워집니다. 모든 것이 평안하고 자연스럽습니다. I’m easy like Sunday morning.
대표기자
[가사]
Sunday morning, rain is falling
Steal some covers, share some skin
Clouds are shrouding us in moments unforgettable
You twist to fit the mold that I am in
But things just get so crazy
Living life gets hard to do
And I would gladly hit the road, get up and go if I knew
That someday it would lead me back to you
That someday it would lead me back to you
That may be all I need
In darkness, she is all I see
Come and rest your bones with me
Driving slow on Sunday morning
Well I never want to leave
Fingers trace your every outline
Paint a picture with my hands
And back and forth we sway like branches in a storm
Change the weather still together when it ends
That may be all I need
In darkness she is all I see
Come and rest your bones with me
Driving slow on Sunday morning
And I never want to leave
But things just get so crazy living
Life gets hard to do (life gets hard)
Sunday morning rain is falling and I’m calling out to you
Singing someday it’ll bring me back to you,
Yeah (Someday oh, someday oh)
Find a way to bring myself back home to you
You may not know
That may be all I need
In darkness she is all I see (you are all I see)
Come and rest your bones with me
Driving slow on Sunday morning, driving slow
And a flower in your hair
I’m a flower in your h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