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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그거 먹는 거냐] PUMI(품의)의 기원을 찾아
06/04/25  |  Views: 165  

[글로벌, 그거 먹는 거냐] PUMI의 기원을 찾아

Ethan Cho

Ethan Cho 

 
Partner, CIO, TheVentures
 

PUMI라는 단어는 왜 영어에 없는가 — 그리고 그것이 리더를 만드는 방식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시절,

해외 스타트업 투자 건을 검토하고 내부 보고서를 올리던 중이었습니다.

 

새로 온 인도계 미국인 임원이 제게 묻습니다.

 

“Ethan, what’s this thing?”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품의 상신 문서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했죠.

 

“It’s basically getting an approval to move forward.”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습니다.

 

“Okay. But what are these?”

 

Article content
이게 영어로 뭐냐면....

그가 가리킨 건 아래 항목들이었습니다.

  • 결재
  • 합의
  • 병렬 합의
  • 병렬 결재
  • 참조

하나하나 설명을 마치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Let’s just call it… PUMI.

 


🤔 “같이 결정하는 것 같긴 한데… 뭔가 다르다”

그 임원은 구조가 복잡하다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류’를 느꼈던 겁니다.

✔️ 결재자가 있고

✔️ 합의자도 있으며

✔️ 병렬 결재도 존재합니다

 

겉으로는 명백한 팀 의사결정 구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책임은 한 사람에게만 쏠립니다.

문서상으론 다 함께 하는 것처럼 보여도,

품의를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은 오롯이 한 사람의 몫입니다.


🇰🇷 한국형 리더십 — 혼자 싸우는 자

삼성에서 저는 수많은 품의를 올렸습니다. (진짜로...)

합의자가 코멘트를 달면 제가 대응해야 했고,

병렬 결재자가 반대하면 제가 설득해야 했고,

결재자가 보류하면 제가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같이 시작했지만, 끝까지 가는 건 혼자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리더는

  • 누구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 누구보다 독하게 실행합니다.
  • 누구보다 고립되기도 쉽습니다.
Article content
가장 외로웠던 리더가 아닐까

🇺🇸 미국형 리더십 — 함께 가는 자

이후 구글에서의 경험은 전혀 달랐습니다.

Approval line 을 타고 올라갈 수록 내 편이 늘어났습니다.

  • 법무팀이 사인하면 그들도 이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고
  • 재무팀이 사인하면 그 책임도 함께 집니다
  • 이견이 생기면, ‘니가 해결해’가 아니라 ‘함께 조율하자’는 흐름이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유사한 프로세스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철학은 전혀 다릅니다.

 

구글은 ‘공유된 책임’의 구조,

삼성은 ‘귀속된 책임’의 구조였습니다.

 

Article content
이 분이 좋은 사례

🎯 구조가 리더를 만든다

Article content
단순화한 비교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쓴 이야기라 어느 정도의 일반화를 한 것은 당연히 맞습니다.

맞습니다, 스티브잡스는 어쩌면 웬만한 한국인 리더보다 더 독단적이었고,

한국 리더들 중에서도 팀워크를 중시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제 실제 경험을 기준으로 크게 분류를 한 것이라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 어느 쪽이 더 나은가?

둘 다 장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한쪽이 무조건 옳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저는

고속 성장기에는 한국형 리더가 훨씬 유리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빠른 판단, 단독 실행, 개인이 감수하는 책임
  • 이 모든 요소가 초기 산업화, 글로벌 추격전, 위기 돌파에 강력했습니다

삼성은 그 구조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묻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키워야 할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 불확실성이 높고
  • 관계가 수평화되고
  • 판단보다 조율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에

계속 ‘혼자 싸우는 리더’를 만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책임지는 리더’를 설계해야 할까요?


🪄 품의(PUMI)는 단지 문서가 아니다

 

그건 일하는 방식이고,

결정의 구조이며,

다음 세대 리더십을 만드는 설계도입니다.

Comments
품의제도란 미국의 톱다운 방식과 구별되는 일본의 독특한 하의상달의 의사결정방식이다. 말단 직원이 초안을 만들고 위로 올라가면서 의견이 첨가되며 전결권자가 최종 결재를 하는 방식인데 아래 직원들의 의견이 폭 넓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식민지시절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현재도 정부나 기업에서 폭넓게 시행되고 있지만 일본과는 달리 최고책임자의 영향력이 큰 우리의 조직 문화에서는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과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방 사장만 오케이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해이다. 일본 비즈니스의 경우 현장 실무자의 의견과 판단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본 조직이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바로 민주적이며 조직의 화(和)를 중요시하는 이 <품의제>때문이다. 실무자가 만든 서류가 위로 도장을 찍으며 올라가는 동안 이런 저런 관련 부서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도장을 찍으니 책임을 나누는 결과가 되어 책임자나 관계자의 어께는 가볍다. 그렇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성질 급한 한국의 업자는 기다리다 지쳐서 제 풀에 나가떨어진다. 급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 이 제도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10여년 전의 얘기인데 언론사에서 정년퇴임한 간부가 정부산하 기관의 책임자로 취임을 했는데 본인에게 서류가 올라오기 까지 찍힌 도장을 세어보니 27개나 되더라며 개탄했다. 그 말을 들은 대기업의 임원이 웃으면서 <우리 회사는 150개의 도장이 찍혀야 결정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종합상사 국내 법인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요즘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한다.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대통령과 달리 수상은 많은 장관(일본에서는 대신이라고 한다)들 가운데 선임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수상을 총리대신이라고 부른다. 일본 수상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실무자가 만들어준 자료를 미리 읽고 그대로 얘기를 한다. 개인 의견이라는 것이 없어 제왕적 대통령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매우 낯설다.



한일 정상회담이란 양국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이 만나서 악수하고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서 양국 국민에게 안심감과 평안함을 주는 정치적인 세리모니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정상이 만나 현안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회담 결과 나오는 공동성명은 사전에 실무자들이 만나서 협의한 사항을 양국 정상이 발표하는 것이다. 일본 수상의 경우는 특히 권한이 없다.



교토 대학의 츠츠이(筒井)교수는 일본제국이 무리하게 태평양전쟁을 시작해서 패망에 이른 주요 원인을 이 <품의제>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전쟁의 계획을 수립하고 명령을 내리는 곳이 대본영 작전과였는데 이곳에 배속된 젊은 엘리트 참모들의 독선이 빚어낸 결과란 것이다. 그들은 대동아공영권을 만들어 일본이 맹주가 되어야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육사의 졸업생 500명중 10% 정도의 엘리트만이 육군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며 또 이곳에서 최우수 성적을 거둔 4-5명만이 졸업식에서 천황으로부터 군도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작전과는 그들이 가는 필스 코스였다. 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수재 중의 수재들이 만든 품의서에 토를 달 수 있는 상관은 없었다고 하니 그들이 만든 작전계획은 일사천리로 올라가 천황의 결재를 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만든 작전 명령서는 그대로 천황의 명령서로 바뀌어 하달되었던 것이다. 당시 천황은 신적인 존재였으며 천황의 명령이라면 비행기를 몰고 미국 항공모함에 돌진하여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던 시절이었다. 결국 이들 엘리트들의 독단전횡으로 태평양전쟁은 시작되고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으로 이어지며 일본은 참담한 패전을 맞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일본경제신문과 아사히신문을 매일 읽으면서 일본의 상황을 워치하고 있는데 지난 금요일의 아사히 신문의 <천성인어>라는 유명한 칼럼의 필자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며 후쿠시마 제일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수습과정을 지켜보며 일본제국의 대본영 작전과의 잔영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미군과의 전투에서 전원 옥쇄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유황도의 전투를 이끈 栗林(구리바야시)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논픽션 소설 <흩어지는 슬픔들이어>을 읽어보면 전쟁을 지휘한 대본영 작전과의 엘리트 군인들과 전선에서 생사를 건 장병들에게는 같은 <군인>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망설여진다.



필자는 일선에서 수천마일 떨어진 안전한 동경의 대본영 사무실에서 현지사정은 알려고도 않고 지도 위에 선을 그어가며 사수명령을 내리는 젊은 엘리트 참모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대나 사정도 다르지만 동경전력 본사와 원전 현장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위기상황과 사투를 벌리는 현장을 보며 <대본영과 일선>의 격차를 생각한다.



힘든 사명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작업 종사자들의 작업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고 한다. 중국의 손자병법을 보면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도망을 치라는 <36계>도 나오지만 현장의 작업자들은 도망갈 수 도 없다. 현장과 국민을 기만하는 대본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칼럼의 필자는 동경전력과 간 나오토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이와테 縣의 어느 마을에서는 대를 이을 아들을 쓰나미로 잃은 어부 2명이 매일 바다에 나가서 수색을 계속하고 있으며 부인들은 날이 새면 피난소를 빠져나와 바닷가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고 있다고 매스컴은 전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피난생활을 한 달 이상 계속하고 있는 이재민의 속 마음을 동경에서 지휘하는 일본 정부나 동경전력 관계자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2011.4.25).
ADMIN  |   06/04/25  9:4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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